남부저널

“물은 모두가 쓰는데 규제 피해는 댐주변 사람들 몫”

기자

발행

수정

8월 31일 국회서 ‘올바른 수계기금 활용을 통한 댐 주변지역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정부, 24년 전 ‘황금분할’ 합의…수계기금 30%⁠씩 환경시설⁠·⁠토지매수⁠·⁠주민지원에 배분

주민지원 비중 한 자릿수까지 추락…주민들 “물 지키는 대가, 지역주민에 떠넘겨” 분통

국회입법조사처 “황금분할은 애초 법에 없던 원칙”…입법화로 구속력 갖추도록 권고

8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올바른 수계기금 활용을 통한 댐 주변지역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소희 기자

댐 주변지역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수계기금 몫이 당초 정부와 국회가 약속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자,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국회에 모여 주민 몫의 법제화를 요구했다. ‘말뿐인 약속’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아예 법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낙동강수계 주민지원사업 예산은 지난해 9.6%에 그쳤다. 강원도의 친환경 청정사업비는 3년 만에 3분의 1 토막났다.

8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수계기금 활용을 통한 댐 주변지역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정부의 약속 불이행’이 아니라 애초 법에 담기지 않은 입법 공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수원 주민들이 짊어진 대가

이날 참석한 주민들은 전 국민이 깨끗한 물을 쓰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를 정작 그 물을 지켜온 자신들이 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광주특별통합시 화순군 이서면에 위치한 동복댐 대책위원장 박흥환 씨는 “(전)환경부가 3년 평균 2년치 영업보상안을 주민과 사전 협의도 없이 언론에 먼저 발표했다”고 말했다. 동복댐은 광주광역시의 주 상수원이지만, 정작 수몰과 규제의 부담은 화순군민 몫이라고 개탄했다.

박 씨는 “2년 치 보상금을 줄 테니 그만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그 이후 생계는 남은 재산을 팔아서 해결하라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2002년 보상대상자 명단에서 누락된 사례도 나왔다. 배내골주민자치위원회 배정동 사무국장은 당시 이장과의 개인적 갈등으로 부친의 이름이 명단에서 빠졌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정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상 단가의 지역 격차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보성에서 올라온 이종경 씨는 “주암댐(전남 순천시 주암면) 인근은 나무 한 그루당 32만원을 보상받는데, 우리는 3만원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환경부 측의 부실한 대응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애초 이번 토론회에 초청된 것은 이주창 기후에너지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4급)이었지만 실제 참석한 것은 한 직급 아래인 신의찬 사무관(5급)이었다.

김광진 전국댐법과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은 “왜 신의찬 사무관이 나왔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며 “위원회를 아주 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나무랐다.

8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수계기금 활용을 통한 댐 주변지역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신의찬 기후에너지환경부 물환경정책과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좌장을 맡은 이재갑 경북 안동시의회 의장. 사진=박소희 기자

‘황금분할’이란 7년 전 약속

댐 상류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등으로 지정돼 개발과 재산권 행사에 광범위한 제약을 받는다. 반면 그렇게 지켜진 물은 정작 하류 지역 주민들이 별다른 부담 없이 사용해왔다.

정부는 이 불균형을 보정하기 위해 1999년 8월 한강수계법을 시작으로, 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수계법을 잇달아 제정했다. 하류 주민이 수돗물 요금에 얹어 내는 물이용부담금을 재원으로, 상류 주민에게 토지 매수와 생활 지원 등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수계관리기금이다. 법은 이 기금을 토지 매수, 환경기초시설 설치·운영, 주민지원사업, 조사·연구 등에 쓰도록 정해놨을 뿐, 각 항목에 얼마씩 나눠 써야 하는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대신 2002년 정부와 국회는 30%는 환경기초시설에, 30%는 토지 매수에, 30%는 주민지원사업에, 나머지 10%는 조사·연구와 주민단체 활동에 쓰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황금분할’이라 불려온 약속이다.

8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수계기금 활용을 통한 댐 주변지역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애초부터 그 약속은 구속력이 없었다

그러나 이 황금분할이 애초 법에 명문화된 적 없는 ‘비법정 원칙’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이날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 김경민 조사관은 근본 원인을 짚었다. 실제로 법률은 기금의 용도만 나열할 뿐 항목별 배분 비율은 정하지 않고 있다. 김 조사관이 확인한 유일한 명문 기준은 2013년 한강수계관리위원회가 정한 ‘토지매수 20% 상한’뿐이라고 했다. 정작 지켜져야 할 주민지원사업에는 최소 기준이 없고, 토지매수에만 상한이 있었던 셈이다.

김 조사관은 이를 바로잡을 세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먼저 ‘주민지원사업비 30% 이상’을 수계법 조문에 직접 명시해 입법공백을 해소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구속력은 가장 강하지만 수계마다 오염부하량과 인구, 시설 현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음은 법률에는 최저비율(예: 25% 이상)만 정해두고, 그 이상 얼마를 더 배분할지는 수계관리위원회 의결에 맡기는 최저비율 방식이다. 이미 2013년 위원회가 ‘토지매수 20% 상한’에 합의한 전례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환경기초시설 운영비가 물가와 시설 확충에 따라 늘어나는 만큼 같은 비율로 주민지원사업비도 자동으로 늘어나도록 연동시키는 연동제 방식이다.

김 조사관은 “법률 본문의 최저비율 명문화와 환경기초시설 운영비와의 연동증액을 결합한 방식이 규범적 확실성과 재정적 신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주민들은 이 배분 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하고, 그동안 약속대로 지원이 이뤄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며, 기금 운용 계획을 세울 때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지원’이 아니라 ‘보상’으로 성격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어떠셨나요?

남부저널은 비영리독립언론입니다
구성원 모두 무보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가치 있다면, 커피 한 잔으로 취재지원 어떠세요?

댓글 남기기

남부저널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